맛없는 걸 먹으면 화가 난다
이건 물론 다른 사람들 역시 비슷할 거라고 생각하는데, 문제는 정도겠지.
나는 꽤 심한 편이다. 내 생각과 기대와 달리 맛이 없다! 고 하면 갑자기 기분이 확 나빠진다.
물론 밖에서 먹는 경우에는 가격대비를 생각 안 할 수 없긴 하지만, 
가격대비를 떠나서 그냥 순수하게 맛없는 음식을 먹으면 나는 순수하게 분노한다.-_-

이건 내가 다이어트에 민감하기 때문-이라는 것도 꽤 큰 이유가 될 것 같다.
심하게 칼로리 계산해 가며 먹지는 않지만, 항상 신경은 쓴다.
맛있는 음식은 당연히 칼로리도 높은 법. 그러나 맛있으니까 감수할 수 있다.
맛있는 걸 먹는 건 인생의 큰 즐거움 중 하나고 적절히 누리고 싶다.
먹고 더 움직이고 운동하면 된다.

그러나 맛없는 것을 먹고 그것을 소비하기 위해 움직이고 운동하는 것은 사양이다! 대분노다!
이 따위로 내 귀중한 한 끼 식사를 때우다니 용서할 수 없다!
가 되는 것이다. 아아.
만일 다이어트에 신경을 안 쓴다면 좀 더 너그러워질 수 있었겠지.
역시 다이어트를 하다보면 신경질적이 된다. 으음. 이렇게 살면 안되는데.
(그러나 내 뱃살을 보아도 역시 이대로 살면 안된다.-_-)


아무튼.
오늘의 분노는 떡.
어제는 호박떡을 사먹었는데, 아니 정말 너무너무 맛있었던 거다. 
살짝 달게 조린 밤, 콩 등이 듬뿍 들어 있어서 기대보다 맛있어서 행복했다.
그래서 오늘 또 떡을 시도했는데, 안에 고운 팥앙금이 들어있고 겉에는 여러 고물을 뭍인 경단.
...이었는데, 이럴수가 팥앙금은 별로 안 들었고 떡은 쓸데없이 달아!
나는 먹는 거에 재료 아끼는 게 제일 싫어!!!

차라리 값을 올리란 말이다.
재료를 아끼지 않았더라면 충분히 '맛있는 반열'에 들 수 있었던 음식을
'먹으면 화나는 맛없는 음식'으로 바꿔버리다니...

더불어 내가 진짜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'쓸데없이 단 거'다.
나는 단 걸 진짜진짜 좋아한다. 이미 스스로도 자각이 있는 탄수화물 중독자다.
그래서 '너무 달다'는 말은 내 삶에 있어서 별로 쓰이지 않는 아주 귀한 말이고
이 말이 한 번 나왔다 하면 그 '닮'의 부적절함의 강도는 매우매우 크다 하겠다.-_-

그래도 '너무 달다'(심지어 내 기준에!)면
"그래 네 닮이 좀 과했구나. 좀 더 맛있게 잘 하려려고 했던 것일 테지."
라면서 좀 씁쓸하지만 그래도 왠지 좀 갸륵(?)한 마음도 드는데,

'쓸데없이 단' 것은 용서가 힘들다.
다른 맛으로, 다른 장점으로, 보통 재료의 질적/양적 풍부함으로 승부를 해야 할 부분에서
값싸게 강렬한 설탕의 맛으로 얼버무리려 하는 것은
단 맛을 모욕하는 얄팍하고 용서할 수 없는 처사라고 생각한다.
(더불어 맛없는 주제에 칼로리는 높아! 이건 뭐...-_-)


휴. 뭐 이러니저러니 해도 그냥 에이 맛없었구나 담엔 사먹지 말아야지, 로 끝내면 되는 건데.
(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고 끝나겠지)
너무 까칠해지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순간 기분이 확 상해서 좀 틱틱거리고 말았다.
좀 더 둥글게 살아야지, 둥글게.




 
 
by 케이디 | 2009/02/19 00:25 | 오늘의 food | 트랙백 | 덧글(4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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Commented by honey-B at 2009/02/19 03:20
케이디님 포스팅 읽고나니 문득 세상물정모르는 순진한 바보애인과의 추억이 떠오르네요,ㅋㅋ
제가 해준 요리마다 꿀맛이라고해서 제가 꿀탓으니 당연히 꿀맛이지, 그냥 이랬더니,,,,어느날 갑자기 전화와서는 하는말이,, 너가 말해준대로 요리할떄 꿀탔는데 그맛이 안나,,,ㅠ ㅋㅋㅋ 그 바보스러움에 황당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했죠,^^
Commented by 케이디 at 2009/02/19 18:46
아니 이건 웬 염장 덧글(...) 달콤한 honey-B님 닉네임만큼이나 알콩달콩 달달하시네요, 하하. 저는 운동 열심히 하고 배고플 때 엄마가 차려주신 밥이 꿀맛이더라고요. 이건 뭐 맛있을 수 밖에 없는 요소가 모여서 그런지요.^^
Commented by 글사랑 at 2009/02/24 19:56
둥글게 둥글게 짝- 둥글게 둥글게 짝- 빙글빙글 돌아가며 (....)
(-_-)>;; 오랜만에 뵈어요. 다이어트 기간에는 신경질모드가 되니까, 평소에 하해와 같은 너그러운 마음씨를 가지도록 노력해봐야 별 소용없다는 걸 알게된다는. ㄷㄷ

by.愛書
Commented by 케이디 at 2009/02/24 23:11
앗 닉네임을 바꾸셨나요? 오래간만입니다, 요새 통 글도 쓰지 않아서...^^;
배고프면 신경질적이 된다는 건 정말 맞아요. 불안초조짜증이죠. 더군다나 다이어트는 필요 이상의 신경을 쓰니까 더더욱 스몰 마인드가 되는 것 같아요. 그래도 적당히 타협하면서 해나가지 않으면 너무 지치니까요, 자기도 주변 사람들도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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